어찌 어찌 하다가 장학사랑 식사를 하게 됐다.
컨설팅장학 후에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는데, 으례 술자리가 그렇듯 통성명이 오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로 나는 어른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듣기만 하는 입장인데, 가치관이라던가 내 생각을 섣불리 드러냈다가 입는 피해(?)를 여러 모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장학사는 나와 내 옆에 앉은 신규에게 본인이 타 교대 출신이며, 그 설움을 이기기 위해서 온갖노력을 다해왔노라고 웅변을 토해냈는데 그 이야기 끝에 거산초 이야기가 나왔다.
형식적으로 고개만 끄덕 끄덕이고 있던차에 '거산초'라는 단어가 들리자 귀를 귀울이게 됐는데, 마침 나에게 알고 있냐고 묻기에 잘 안다고 대답하였다. 그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하면서.
그래도 장학사쯤 됐으니, 교육감의 철학을 조금 알고 있지 않을까 했던 내 기대는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거산초라고 전교조들이 죽어가는 학교를 살린 곳이 있다. 그렇게 되다보니 교사들이 우선이고 교장 교감은 아무것도 아닌 학교가 되어버렸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교사가 있다.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과 열심히 하는 사람들....'
이런 뉘양스의 이야기였는데 듣다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해서 뒷 부분은 안들었다. 뭐 요지는 맘에 안든다는 것이다.
예전에 거산초에 대해서 이렇게 들은 일이 있다.
'그 학교는 전교조 소굴이라 교장 교감의 유배지로 불리며, 교사들이 교장보고 사과하라고 대드는 곳이다.'
40대, 50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20대 교사들 역시 거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와 똑같았다. 그게 일부이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듣고 나니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거산이라는 훌륭한 모델이 있음에도 충남은 이를 전파시키지 못했다. 다른 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었다.
나는 교사가 아닌 지인들을 만나거나, 그 주변을 지나갈 때면 거산에 대해서 가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남한산에 이은 우리나라 혁신학교의 원형이며 학교를 보고 아이들이 찾아오는, 교사로서는 무한한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거산은 전국에서 찾아가는 곳이지만, 반대로 주변에서는 철저히 외면하는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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