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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들

학급 경영 멘토링



학급 경영 멘토링

저자
김성효 지음
출판사
행복한미래 | 2013-05-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행복한 교실을 디자인하기 위한 [학급 경영 멘토링]의 모든 것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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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 어학사전의 정의를 빌리자면 '한정된 개인 또는 집단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방법'이라 한다. 보통은 비법은 감추고 숨기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하는 직종은 더욱 더 그렇다. 내 비법이 알려지면 내 가치가 떨어지기에 나만의 비법은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 아직도 코카콜라의 맛을 펩시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비법이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CEO가 있다. 비법을 감추기는커녕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닌다. 게다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책으로 내놓았다. 요새 교육계에, 특히 현장교사들이 내는 출판물의 트렌드인 듯 하다.

 

본인의 반을 '민들레 반'이라 명명하고 학급을 이끌어가는 저자는 한 명의 CEO와 같다. 저자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 모든 교사들에게 CEO가 되라고 권유한다. 기업의 CEO와는 다르지만 교사가 학급을 잘 이끌어야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서 그 키워드로 '', '미래' 등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다양한 활동을 제시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숨 쉴 틈이 없다. 나는 과연 이런걸 할 수 있을까? 이 책 한권에 저자의 비법이 모조리 담겨 있는데 나는 그 비법을 전수 받을 자신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보통 남의 비법은 훔쳐서라도 갖고 싶어 한다는데 나는 자신이 없다.

 

요새 학교 혁신 등의 이유로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가 정말 많이 열린다. 그런데 그 연수를 듣고 난 뒤에 대부분의 교사들의 반응은 '저걸 어떻게 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등이다. 당연하다. 대학에서 전혀 배운 적이 없고 교직에서도 배운 적이 없으며 학교는 정신이 없고 해야할 일은 산더미이니... 온갖 생색내기 행사들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버겁다. 이미 과하게 공부와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활동들이 과연 도움이 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 스스로 질문해 본다. 이미 지칠 만큼 지친 학교에서 어뗳게 살아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학교는 여전히 바쁘고 분주하다. 아이들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고 웃고, 혼나고, 떠들고 있다. 우리의 강한 확신이 오히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건 아닌가 한다. ‘교육 불가능을 선언해본들 이 답답함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어란 말인가.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부모들이, 학생들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된 아이들이 학교 없는 사회를 꿈꾼다.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더 답답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버둥거릴수록 더 깊게 빠지는 늪에 빠진 기분이다.

 

나는 지금 절망했고, 절망 속에서 낙담하지 않고 길을 찾아보려한다. ‘나부터 혁신하기라는 이름으로 소소하지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수업시간에 멍하니 모니터 안보기, 소리 안 르기 등)을 조금씩 실천하려 한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을 것이 있다면 내 실천을 지지해줄 수 있는 학급경영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십 수 년 간 실천해온 저자의 노력과 결실을 존경한다. 내가 품을 수 있는 이상향의 모습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교사들은 대부분 수업도 잘하고 업무도 잘하고 학급경영, 학부모관계, 심지어 퇴근 후 무언가 빛나는 취미생활을 갖고 방학 때는 보란 듯 여행이나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이제 그 욕심에서 나를 내려놓으려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인정해주고 나도 부담 없이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 4학년인데 나눗셈도 못하고 태권도만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낼 것인지 나머지를 시킬 것인지 그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지만, 남겼을 때 세상 다 산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는 녀석의 얼굴 표정을 보면 대부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천천히, 천천히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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